이전 포스팅1에서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몇몇 근거를 정리했습니다(어찌 보면 좀 당연한…). 이번 포스팅에서는 배터리가 폭발하는 이유에 대해 정리하고, 결과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설명합니다.
간단한 용어 정리
Cell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폭발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는 현상을 ‘Thermal Runaway(TR)’라고 합니다. 그리고 하나의 cell에서 발생한 TR이 엄청난 열을 뿜으면서 주변 cell로 퍼지는 것을 ‘Thermal Propagation(TP)’라고 합니다.
따라서 배터리의 폭발을 막기 위해서는 아래 두 가지 기술을 준비해야 합니다.
기술 1: Cell 안에서 TR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기술 2: Cell 하나에서 TR이 발생했을 때 TP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앞선 포스팅에서 언급한 UN GTR에서는 TR이 발생한 뒤 승객에게 위험 경고를 보내고, TP로 인해 승객에게 실제로 위험한 화재가 발생하기까지 최소 5분의 지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열’의 관점에서 바라본 TR과 TP의 원인
(논문 "Advances in prevention of thermal runaway in Lithium‐Ion batteries.", Advanced Energy and Sustainability Research를 참고하였습니다.)2
Cell에서 TR이 발생하는 온도는 150도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80도 수준까지 온도가 증가하면 ‘High Temperature Reaction Loop (HTR Loop)’으로 알려진 일종의 악순환 반응이 시작되어, 쉽게 150도까지 온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배터리의 온도가 높아지면 온도 구간 별로 발열 반응이 생깁니다. 발열 반응으로 열이 발생하면 다시 배터리의 온도를 높이고, 높아진 온도 구간에서 또 다른 발열 반응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반복되며 빠른 속도로 온도가 높아지는 반응을 HTR Loop라고 말합니다.
Cell 내에서의 HTR Loop는 다음과 같은 순서를 거칩니다.
또한, TR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계속해서 열이 발생합니다. TR로 인해 cell의 연소가 시작되면 더 큰 열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열은 주변 cell에 전달되어 그들의 온도 증가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정상 온도 범위에 있던 주변 cell 역시 80도 이상으로 증가하며 HTR Loop가 시작됩니다. TP, Thermal Propagation이죠.
TR이 시작된 뒤, TP로 모듈/팩 안의 전체 cell이 불타기 시작하면 승객이 탑승하고 있는 차체에 불이 옮겨붙게 되며 ‘위험환 화재’로 확대됩니다.
정리하자면,
TR의 원인은 ‘cell의 온도가 80도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이고,
TP의 원인은 ‘TR로 인해 발생하는 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핵심 열 관리 기술
따라서 TR을 막기 위해서는 cell의 온도를 80도 이하의 낮은 온도로 유지해야 하고, TP를 막기 위해서는 cell에서 발생한 열을 최대한 한 곳에 가둘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기술은 다음과 같습니다.
방열 기술
방열(放熱)은 ‘열을 방출하다’, ‘열을 놓아주다’는 뜻입니다.
Cell에서 발생하는 열을 최대한 빨리 냉각재 방향으로 방출하여 Cell의 온도를 80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기술입니다.
즉, TR을 막는 기술입니다.
컴퓨터 CPU, GPU에 바르는 써멀 그리스가 대표적인 방열 재료입니다.
Cell에서 열을 최대한 빠르게 뺏는 것이 그 역할이므로, 높은 열 전도도를 가져야 합니다.
방염 기술
방염(防炎)은 ‘불꽃을 막다’, ‘화염을' 막다’라는 뜻입니다.
Cell 하나에서 열이 발생하거나 불이 붙은 경우, 열과 불이 주변 Cell로 전파되는 것을 막는 기술입니다.
즉, TP를 막는 기술입니다.
열이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는 것이 그 역할이므로, 아주 낮은 열 전도도를 가져야 합니다.
난연 기술
난연(爛然)은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연소 반응은 그 어떤 화학 반응보다 많은 열을 방출합니다. 불이 붙은 상황에서의 발열량은 불이 붙지 않았을 경우보다 훨씬 큽니다.
따라서 아무리 온도가 높고 산소가 많아서 위험해도, 주변에 불이 붙어 타들어갈 물질이 없으면 TR로 인해 발생하는 열의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즉, TR의 발열을 줄여 TP를 막는 기술입니다.
난연 기술은 다만 별도의 재료로 해결하지 않고 위의 방열, 방염 소재를 설계할 때 난연 특성을 가지도록 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위 기술들은 배터리 모듈에서 아래와 같은 구조로 적용됩니다. 이 그림에서는 파우치 Cell과 각형 Cell로 이루어진 모듈의 일반적인 구조를 설명합니다.
(방열) 아래 냉각재(Cooler)와 연결된 부분에 방열 소재를 배치해 Cell에서 발생하는 열을 최대한 빨리 냉각재로 옮겨주어 TR을 막는 한편
참고: TR을 막기 위한 화학적 방법으로는 전해질에 다양한 첨가제를 추가하고, 구조적으로는 기체를 빠르게 배출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하며, 전기적으로는 전체 cell들의 충전 수준을 유사하게 맞추는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를 만들기도 합니다. 관련한 기술적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 시리즈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방염 1) Cell과 Cell 사이에 방염 소재를 배치해 Cell 수준에서의 TP를 막고
(방염 2) Module과 Pack 패키징 과정에서 방염 소재를 추가 배치해 Module/Pack 수준에서의 TP를 막습니다.
(난연) 이 과정에서 방열, 방염 1, 방염 2 소재는 난연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해 연소를 방지, 전체 배터리의 발열량을 줄입니다.
참고: 셀 내부의 전해질 첨가제(불소 성분), 세라믹 강화 코팅된 분리막 등이 Cell 내부의 난연 소재 역할을 합니다. 관련 내용은 추후 포스팅 시리즈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Conclusion
배터리의 폭발은 (1) Cell 수준에서의 TR, (2) TR이 주변 Cell로 전파되는 TP로 인해 발생합니다.
Cell 온도가 80도 이상일 경우 HTR Loop로 인해 TR이 발생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따라서 TR을 예방하기 위해 Cell 온도를 계속 낮추는 역할을 하는 방열 소재가 필요합니다.
Cell에서 TR이 발생할 경우 TP를 최대한 지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방염 소재가 필요합니다. UN GTR에서는 TP 지연 기술의 중요성에 언급하고 있고, 국가별로 법제화가 진행 중인 만큼 배터리용 방염 소재 시장이 곧 중요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배터리용 방염 소재 시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
Industry |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 (1) 수요 확대, WAGU Research